23년엔 골프를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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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보니, 23년에는 골프를 하지 못했다. 22년 연말에 모친을 병원으로 모시고 돌아가시기까지 10개월이 고통스러워서 골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다시 골프채를 잡고 깨달았다. 다 잊어버렸다는 것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해야 할세.  6개월 간의 인텐시브 연습이 몸에 배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배들의 말로는, 골프라는 것은 30년을 쳐도 안 맞을 때는 절대로 안 맞는다... 그래도 기초를 잊지는 않겠지. 그런데 그것을 잊은 것이다.  선배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정말 골프에 미쳐서mad 미친reach 사람들은 실력이 일정했다. 나는 그토록 열렬히 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어쩔까?

[골프 필드 1차] 생애 첫 라운드: 해운대 비치 골프앤 리조트: 골프 머리 올리다:What a wonderful day

[필드 1차] 생애 첫 라운드

해운대 비 골프앤 리조트에서 생애 첫 드라이버 샷 준비


[시작]


스크린은 쳐 보셨나요? 


에스코트의 질문에 급 당황한다. 아! 스크린 골프라도 한 번 치고 와야 하는 것이었구나. 그러나 그마저도 내 생각과 다른 질문이었다. 연습장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듯이 프로그램을 따라서 치는 것을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실내 스크린 골프를 쳐 보았냐는 의미인 듯. 


진짜 골프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내 삶에 골프가 없어서 본 적이 없다. 요새 유행하고 있는 예능 골프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레슨을 시작하면서도 스크린 골프를 칠 생각을 못했다. 아직 클럽을 제대로 다 칠 줄도 모르는데 싶은 생각에. 


레슨을 시작하고도 본 적이 없었다. 레슨 강사가 동영상을 보면 헷갈린다고 해서 레슨용 영상도 보지 않았고, 연습장의 용어와 경기장의 용어가 생소해서 아예 거들떠 보지 않았다. 3개월 레슨을 마치면 더 이상 골프를 안 할 수도 있다 싶어서 오히려 연습에 더 열중했다.  


3개월 레슨으로 아이언 7번을 배우고, 나머지 일주일을 남기고는 대표 클럽인 드라이버와 샌드 그리고 퍼터를 쥐는 법만 배웠다. 그리고 독학을 시작한 지 1달 보름 만에 생애 첫 라운드에 임한다. 


에스코트는 자가용으로 골프장으로 진입하는 위치에서 시작을 한다. 건물의 위치와 골프장의 구조 그리고 인과 아웃. 캐디백을 내리게 하면 저절로 배당 된 캐디에서 전달된다. 보스턴 가방을 가지고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한 다음 로커로 입장까지. 프론트에 예약자의 성명을 대면 로커의 번호를 준다. 해운대 비치 골프 앤 리조트의 경우에는 비밀번호는 자기가 바로 입력하면 설정된다. 보스턴 백에는 골프 웨어와 골프 치는 내내 필요한 개인 물품들을 미리 넣고 와야 한다. 공 4개 이상. 큰 티와 작은 티 그리고 볼 마크 두 개. 장갑도 잊지 않아야 한다.


후다닥 골프 복장을 하고, 스타트 포인트로 이동해서 팀원들과 합류하면서 골프장의 공기를 마신다. 오션 뷰에서 시작을 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시원하니 상쾌하다. 비 예보가 있었는데 늦은 오후에 시작할 것이라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구름 잔뜩 깐 하늘이 무척 고마운 하루. 


[ 본 게임]


연습장에서 공은 거의 한 번도 오른쪽으로 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첫 타가 오른쪽으로 가버린다. 그리고는 정상을 찾았다. 정상이라 함은 비거리는 짧아도 또박또박 공이 나가준다는 뜻이다. 캐디에게 다른 클럽은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았으니 드라이버 아이언7 샌드웨지 그리고 퍼터만 있으면 된다고 귀뜸 했는데, 어프로치 웨지까지 주는 참신함으로 도와 주었다. 


드라이버 샷

18번의 드라이버 샷 중에 하나는 숲으로, 하나는 호수로, 하나는 제대로 뜨지 않았고 나머지15개는 짧아도 자기 역할은 해주었다. 호수에서 수제비를 뜨면서 안전 지역을 가 준 공도 참 고마웠다. 비거리가 짧으니 호수가 제일 낭패다.


아이언7 샷

비거리는 짧고 우드와 유틸러티가 안정적이지 않아 아이언7 번으로 그린까지 가야 했다. 다행이 동반자들이 길게 치는 남자 장타자들이라 그들이 줄인 시간을 내가 이용하면서 계속 진행해 갔다. 연습장에서 고질적으로 왼쪽을 향하던 공들이 필드에서는 비거리가 짧아서 수치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게 멘탈에 유리했다. 치기만 하면 일단 전진이니까. 드라이버로 험한 지역을 간 적은 있지만, 아이언어 7으로 계속 살리면서 전진. 동행인들이 나이스 샷이라고 하는 것은 내 기준에서 나이스라는 뜻이다. 그 기준으로도 나이스 샷이 많지는 않아도 전진이다. 나이스 샷은 그래도 항상 기분 좋은 말이다. 


목적 방향 설정: 

공을 치고 나면 왜 잘 쳤는지 못 쳤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다. 빨리 가서 쳐야 진도를 맞출 수 있으니 그러하다. 목적지의 방향을 매번 물어 봐야 했다. 깃발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목적보다 왼쪽을 보는  차이가 있었다. 목적지보다 왼쪽을 본다고 위치를 잡아도, 항상 더 왼쪽을 보라고 하고 위치를 조정해야 했다. 특히 드라이버는 그랬다. 물론 아이언7은 내 판단 대로 친 적도 있다. 아무도 안 볼 때. 중간 목적지에 깃발이 있다는 것을 몇 홀 지나고 알았다. 


샌드와 어프로치 샷

다행이 벙커엔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비거리가 짧으니 갈 일이 없다. 그래서 샌드보다 어프로치 클럽을  더 많이 캐디가 주었다. 웨지를 사용하면 멀리서 동행의 목소리가 들린다. 35미터. 50미터. 20미터. 그러면 중심을 잡고 날린다. 안착.



퍼터 샷:

그린은 생각과 너무 다르다. 연습장에서 그린이 편평하지 않아서 왜 그런가 물으니 필드 가면 더 하다는 말만 기억을 한다. 그래서 편평하지 않을 것은 인지를 하였으나 이럴 줄은 몰랐다. 기울기도 있었다. 왼쪽이 높기도 하고, 오른쪽이 높기도 하고, 심지어 언덕을 올라야 핀으로 갈 수도 있는.. 에잇. 거리 조절도 안되는데 기울기까지 어쩌라는 거야. 나에게 캐디가 있었다. 기울기가 있는 곳에서는 핀이 아니라 목적지를 지정해 주었다. 여기로 치면 들어갑니다. 그린에서는 다들 자기 거리를 재느라 난 항상 캐디의 몫이다. 캐디는 다른 사람도 도와주면서 내 위치를 잡아준다. 


만약 핀 근처에 그어 놓은 원 안에 넣으면 0k하는 룰이 없었다면, 그리고 머리 올리는 날이라고 좀 봐주지 않았으면 도대체 몇 번 만에 홀에 넣게 될까? 아직도 의문이다. 



[마무리]


골프장에도 특징이 있군:

해운대 비치 골프장은 아기자기한 풍광을 가진다. 골프장 꾸미기는 그러하고, 그 와중에 보이는 트인 바다가 기분을 좋게 한다. 드라이버 샷부터 핀에 공을 넣기까지의 필드는 때로는 일직선이고 때로는 목적지가 보이지도 않았다. 설계자가 그리 한 것이겠거니 무슨 기준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발길을 옮긴다. 골프 특징에 맞게 설계되어 있겠지만 호수를 어떤 위치에 어떤 모양으로 넣을 지는 미적 감각을 요구한다. 분수를 넣을 지 안 넣을 지, 어떤 나무를 심어서 운치를 줄 지. 갑자기 일본의 정원이 생각나게 하는 골프장의 구조물들. 걸어 다니고 싶어.


레이디 존을 벗어나는 게 가능할까:

나는 걸어가고 싶지만, 일반 티 존에서 레이디 티 존까지 캐디 카를 타고 가자고 한다. 동행들 3 분이 드라이버를 치고 나면 그들이 레이디 존으로 걸어오는 시간에 나는 캐디 차로 이동하여 내 샷을 마친다. 남자들과 동행을 해서 골프를 즐기려면 레이디 존을 가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실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말린다. 레이디 존을 벗어나기엔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무리해서 몸 상한다고 포기를 하라고 한다. 그런가. 아직 골린이라 뭘 모른다. 


골프는 계속 합니까?

정직하게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첫 필드를 뛰고 나서 4 사람이 물었다. 왜 이런 질문을 할까? 필드를 한 번 다녀 오고 나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만두는 사람이 제법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레슨 3개월의 목적이 나에게는 그 질문의 답이었는데. 


골프는 시간과 돈과 건강함을 요구하는 취미이다, 또한 함께 할 친구가 반드시 필요한 취미이다. free enough? suffient enough? healthy enough? friends enough? 어떤 식으로 든 Yes의 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You are ready to go!!!



[오늘은 그랬고, 그래서 내일은]


올리기는 모델급, 내리기는 초초 골린이급:

동행인이 고맙게도 동영상을 찍었는데, 나이스 샷은 원래 골프 소요 시간 대로 4초를 찍었다. 2초는 준비, 2초는 샷. Par3에서 아이언7으로 첫 샷을 하는 순간. 그나마 이것은 성공한 샷. 


두번째 영상은 마음 먹고 슬로우 모션으로 찍었는데, 4초를 40초로 늘린 영상이다. 여기에서 백스윙 탑으로 환상적으로 예술적으로 팔이 올라간다. 세상에 내가 저렇게 팔을 올리다니! 그러나 내려오는 동작이 엉망이라 공은 날개를 펴지 못한다.


반은 성공, 반은 숙제


독학으로 하다 보니, 클럽을 종류 별로 셋업 하는 것도, 셋업 후에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원인을 파악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파악한 원인을 제거하는 연습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원인을 알아도 보정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 방법을 찾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번 필드를 통해서 안 것이 하나 있다. 정확하게 부족한 동작이 파악되었고, 교정 방법이 제시되었다. 탑에서 임팩트 전에 특 떨어지는 것이 안된다. 안되는 것을 슬로우 모션 동영상으로 완벽하게 확인이 되었다. 


또한 비거리가 적고 왼쪽으로 편향 되는 것도 이 것을 교정하면 해소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얼굴과 척추 각의 고정은 스스로 확인하고 교정이 가능한데, 골반 회전이나 임팩트 구간은 혼자서 확인하기가 어려운데, 오늘 나름 구력이 센 전문 동행들이 4시간의 플레이를 통해서 "정상'이라고 확인을 해 주었으니. 고려 요소에서 배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다. 



역시나 함께 하는 사람이 중요한 골프:

에스코트를 자청한 동행인 뿐만 아니라 4인 1조의 멤버들 그리고 캐디의 역할은 초보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남 신경 쓸 시간도 없다. 공도 봐야 하고 이동해야 하고 또 대화도 해야 하고. 사진과 동영상은 자신의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과외로 할 수 없는 활동인데, 동행들은 자기 플레이도 하면서 코치도 하고 조언도 하고... 그 전날 골프장 홈페이지에서 거리를 보았다. 아이언과 드라이버가 나가는 비거리를 기준하여 계산을 해 보았는데, 200타 이상이었다. 그 반으로 준 이유는 첫째, 레이디 존이 있었다는 것. 둘째는 동행들의 코치와 조언이었다. 동행조차도 초보이면 엉망이 되는 것이다. 필드 처음 나간 날. 111타라니. 세상에. 너무 잘한 것이라는 것을 이제 안 것이다. 세상에.


초행이 아니더라도 함께 치는 사람들과 더 재미나게 대화하고 장난칠 수 있으면 5시간이 더 행복하겠다는 느낌이다. 캐디카를 사용하지 않고 걸어 다니는 골프 실력의 소유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그러면 더 재미 날 텐데.



아쉬움====세상의 사막을 몇 군데 여행을 다녀 본 나는 골프장이 광활할 줄 알았는데, 너무 좁고 적어서 당황했다. 광활한 사막에서 혹은 초원에서 골프 공을 시원하게 한번 날려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골프로 인도한 친구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또한 오늘 행복한 첫 날이 있게 해 준 회사 동료들과 보스에게 감사함을 드린다. 


2초 준비. 2초 샷. 그런데 골린이에게 나이스 샷이라니. 퍼스트 샷이 아이언7이었던 Par3에서.



4초를 40초로 찍었는데 35초동안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하고 나머지 5초 동안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나의 드라이버 샷. 쪽 팔리는 필드 첫 날의 드라이버 샷. 찍어 준 동행이 너무 고맙다. 반의 성공. 그래 올리기는 잘했다!!!



https://serendipity-of-soul.tistory.com/entry/3개월-레슨-후-골프-독학-2주째-장단점-그리고-개인-레슨